
앞 편에서 준설차가 공기와 함께 빨아들이기 때문에 물기둥 10m 한계가 그대로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깊은 현장은 얕은 현장과 똑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차이를 만드는 것이 흡입력보다 호스 쪽에 있다는 점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호스가 길수록 같은 시간에 올라오는 양이 줄어듭니다
공기와 슬러지가 호스를 지나는 동안 벽과의 마찰로 압력을 조금씩 잃습니다. 이것을 압력손실이라고 합니다. 호스가 길수록, 꺾이는 곳이 많을수록, 슬러지가 무겁고 되직할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진공펌프가 만들 수 있는 압력 차에는 상한이 있으니, 호스에서 잃는 몫이 커지면 슬러지를 들어 올리고 실어 나르는 데 쓸 몫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같은 물량이라도 차 가까이 있는 얕은 조보다, 멀고 깊은 조에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깊이는 이 손실에 더해지는 조건 하나입니다. 수직 구간은 슬러지를 중력을 거슬러 올리는 몫이 추가되고, 흐름이 느려지면 덩어리가 아래로 되떨어지기 쉬운 구간입니다. 그래서 깊이 하나만으로 된다, 안 된다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직 높이, 호스 길이와 굴곡, 슬러지 성상, 장비 성능을 함께 놓고 가능 여부와 처리량을 판단합니다.
호스 경로는 짧고 곧게
그래서 현장에서는 호스 경로부터 봅니다.
- 수평 거리: 차를 댈 수 있는 자리에서 흡입 지점까지.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 굴곡: 계단을 돌아 내려가거나 배관 사이로 여러 번 꺾이면 손실이 커지고, 꺾인 자리에 덩어리가 걸리기 쉽습니다.
- 수직 하강 방식: 계단을 돌아 내려가는 것보다, 맨홀이나 점검구로 호스를 곧장 내릴 수 있으면 길이도 짧아지고 굴곡도 줄어듭니다.
같은 20m 깊이라도, 바로 위 개구부로 곧장 내리는 현장과 건물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 여러 번 꺾인 뒤 내려가는 현장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차가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도 경로를 정합니다. 준설차는 덩치가 커서 지하 주차장처럼 높이 제한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차는 지상에 두고 호스만 내려보내야 하니, 집수정이 건물 깊숙한 곳에 있을수록 호스가 길어집니다.
굵은 호스는 무겁습니다
흡입호스는 진공에 눌려 찌그러지지 않도록 나선형 보강재가 들어 있어 무겁습니다. 저희가 주로 쓰는 5인치(내경 약 125mm) 흡입호스는 제품 규격상 m당 약 3.33.9kg입니다. 빈 호스만 10m에 약 3339kg이고, 연결구와 안에 남은 슬러지 무게는 따로 더해집니다. 마모에 강한 호스는 더 무겁습니다.
차에서 흡입 지점까지 거리가 멀면 이런 호스를 수십 m, 현장에 따라 200~300m까지 이어 깔아야 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같은 길이를 다시 걷어 세척합니다. 긴 호스를 깔고, 걷고, 세척하는 일은 준설 일정에서 인력과 시간을 크게 차지합니다. 현장 작업자들이 흡입 자체보다 더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호스가 길어지면 이음부도 늘어납니다. 이음부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공기가 새면, 그만큼 흡입구 쪽으로 가야 할 공기 흐름과 진공이 약해집니다. 긴 호스를 깔 때 이음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드는 이유입니다.
호스를 가늘게 하면 되지 않나

호스를 한 치수 가는 4인치로 바꾸면 무게는 줄어듭니다. 대신 내경 비율이 4:5라 단면적이 약 64%로 줄어듭니다. 실제 처리량은 공기량과 압력손실, 슬러지 성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저희가 현장에서 따져 본 바로는 처리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큰 덩어리가 걸릴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처리량을 우선해 5인치를 기본으로 쓰고, 조건에 따라 4인치나 6인치를 씁니다.
수직 구간은 안전 문제이기도 합니다
깊은 집수정에서 호스를 수직으로 수십 m 내리면, 호스와 연결구 무게에 안에 든 슬러지 무게, 운전 중 흔들림까지 위쪽 지지점에 걸립니다. 그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지지점과 고정 장치가 있어야 하고, 연결부가 빠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내리고 올리는 동안과 흡입하는 동안에는 아래쪽 낙하 위험 구역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합니다. 이 준비가 되는지가 깊은 현장의 작업 구성을 좌우합니다.
결국 깊은 집수정 준설에서 발주 전에 알려 주실 정보는 깊이 한 줄보다 경로와 개구부에 가깝습니다. 마지막 편에서 그 항목을 정리합니다.
다음 편: 5편 「깊은 집수정 준설, 발주 전에 확인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