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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세정 ②] 무엇에 무엇을 쓰나 — 그리고 절대 쓰면 안 되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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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세정 ②] 무엇에 무엇을 쓰나 — 그리고 절대 쓰면 안 되는 조합

①편에서 붙어 있는 것의 정체를 가렸다면, 이제 약품을 고릅니다.

그런데 순서를 하나 바꾸겠습니다. "무엇에 무엇을 쓰나"보다 **"어떤 재질에 무엇을 쓰면 안 되나"**를 먼저 봐야 합니다.

약품을 잘못 고르면 스케일이 안 녹습니다. 시간과 약품값을 버립니다.

재질 궁합을 틀리면 설비가 상합니다. 그것도 세정 중에 눈에 보이지 않게 상합니다. 비용의 자릿수가 다릅니다.

절대 피해야 하는 조합

스테인리스 + 염산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싼 실수입니다.

스테인리스는 표면에 얇은 산화 피막이 있어 녹슬지 않습니다. 염화물 이온은 이 피막을 국부적으로 뚫습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쪽으로 파고드는 구멍이 생깁니다. 여기에 인장 응력이 걸려 있으면 균열로 이어집니다. 이걸 염화물 응력부식균열이라고 합니다.

무서운 것은 시점입니다. 세정 직후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고, 몇 달 뒤 운전 중에 누설이 생깁니다. 그때는 원인을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스테인리스 계통에는 염산 대신 구연산·설파민산 같은 유기산이나 저염화물 배합을 씁니다.

알루미늄 + 알칼리 세제

알루미늄은 알칼리에 녹습니다. 표면이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두께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반응에서 수소가 나옵니다. 환기가 안 되는 탱크나 맨홀 안에서 알루미늄 부재에 알칼리를 고온으로 쓰면 표면 손상이 아니라 폭발 위험이 됩니다. 온수 연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는 농도가 훨씬 높으니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

구리·황동 계통 + 암모니아

암모니아와 그 화합물은 황동에 응력부식균열을 일으킵니다. 열교환기 튜브가 황동인 설비가 아직 많습니다. 세정제 성분표에 암모니아 계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연 도금면 + 강산·강알칼리 양쪽

도금층이 먼저 없어집니다. 도금이 벗겨지면 그 아래 강재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주철·연강 + 인히비터 없는 산

산은 스케일만 녹이지 않습니다. 모재도 녹입니다. 인히비터(부식억제제)를 넣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인히비터는 금속 표면에 얇게 흡착해 산이 모재를 공격하는 속도를 크게 낮춥니다. 스케일에는 계속 작용하면서요.

인히비터가 들어가지 않은 산으로 세정하는 것은 스케일과 설비를 같이 녹이는 일입니다. 견적서에 인히비터 항목이 없으면 물어봐야 합니다.

오염별 약품 선택

탄산염 스케일

인히비터를 넣은 염산이 가장 빠르고 저렴합니다. 다만 위의 재질 제약이 걸립니다.

스테인리스가 섞여 있거나 염화물을 쓸 수 없는 계통이면 설파민산이나 구연산 계열로 갑니다. 반응은 느리지만 재질에 순합니다. 식품·의약 설비에서 구연산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철산화물

산으로 녹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킬레이트제(EDTA 등)를 함께 쓰면 철을 붙잡아 재석출을 막습니다. 산만 쓰면 녹았던 철이 다른 자리에 다시 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황산염 스케일

일반 산으로는 어렵습니다. 킬레이트제나 전용 용해제를 쓰고, 그래도 안 되면 기계적 제거를 병행합니다.

실리카

불화수소산 계열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그런데 불화수소산은 취급 위험이 다른 약품과 차원이 다릅니다. 피부에 닿으면 통증이 늦게 오고 그 사이 뼈까지 손상됩니다. 전용 중화제(글루콘산칼슘)를 현장에 비치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뒤에서 다룰 도급승인 대상에 불화수소가 명시돼 있습니다. 실리카 세정을 검토한다면 약품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절차 문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유기 파울링

알칼리(가성소다 계열) 또는 계면활성제입니다. 온도를 올리면 반응이 빨라집니다. 다만 알루미늄·아연 도금면이 계통에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성분이 섞여 있으면 대개 이 순서로 갑니다.

  1. 알칼리 세정 — 유기물·유분을 걷어냅니다. 이게 남아 있으면 아래 스케일에 산이 닿지 않습니다
  2. 수세 — 알칼리를 충분히 씻어냅니다. 알칼리와 산이 만나면 중화열이 나고 침전이 생깁니다
  3. 산 세정 — 무기 스케일을 녹입니다
  4. 수세 — 산과 용해된 금속 이온을 씻어냅니다
  5. 중화·부동태화 — 산에 노출된 금속면은 반응성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그대로 두면 며칠 안에 새로 녹습니다. 보호 피막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2단계와 4단계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사고가 납니다. 알칼리와 산이 섞이면 발열하고 가스가 나옵니다. 밀폐공간에서는 더 위험합니다.

5단계를 생략하면 세정은 성공했는데 몇 주 뒤 상태가 세정 전보다 나빠집니다. 세정이 끝이 아니라 부동태화가 끝입니다.

약품 배합은 공급사 기준을 따릅니다

여기까지 쓴 것은 방향입니다. 실제 배합과 농도, 인히비터 종류는 약품 공급사의 기술자료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따라야 합니다. 같은 이름의 산이라도 제품마다 인히비터 구성과 사용 조건이 다릅니다.

발주하는 쪽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쓰려는 약품의 MSDS를 받았는가
  • 우리 설비 재질 목록(튜브·헤더·개스킷·배관)을 업체에 전달했는가
  • 그 재질에 대해 업체가 문서로 적합성을 확인했는가

특히 두 번째가 자주 빠집니다. 발주처가 재질을 알려주지 않으면 업체는 일반적인 강재를 가정하고 배합합니다. 스테인리스나 황동이 섞여 있다는 사실은 발주처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 약품을 고르기 전에 재질 목록을 먼저 확정합니다
  • 스테인리스에 염산, 알루미늄에 알칼리, 황동에 암모니아 — 이 세 조합은 피합니다
  • 인히비터 없는 산은 설비를 같이 녹입니다
  • 유기물 → 수세 → 산 → 수세 → 부동태화, 이 순서를 줄이지 않습니다

약품이 안 맞으면 시간을 잃고, 재질이 안 맞으면 설비를 잃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농도·온도·시간·유속 네 가지를 다룹니다. 같은 약품으로도 결과가 갈리는 지점이고, "오래 담가두면 좋다"가 왜 틀린 말인지도 여기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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