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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세정 ①] 고압으로도 온수로도 안 떨어질 때 — 우리 스케일의 정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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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세정 ①] 고압으로도 온수로도 안 떨어질 때 — 우리 스케일의 정체부터

앞선 연재에서 두 가지를 다뤘습니다. 압력과 유량으로 떼어내는 방법, 그리고 온도로 녹여내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둘 다 안 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때려도 안 깨지고, 온도를 올려도 그대로인 것. 이때 남는 방법이 화학입니다.

문제는 화학세정이 앞의 두 방법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압세정은 압력이 맞지 않으면 시간만 더 걸립니다. 화학세정은 약품이 맞지 않으면 설비가 상합니다. 그래서 시작 지점이 다릅니다.

"무엇이 붙어 있는가."

이걸 모르고 약품을 고르는 것은 병명을 모르고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습니다.

붙어 있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1. 탄산염 스케일 (탄산칼슘·탄산마그네슘)

가장 흔합니다. 냉각수 계통, 보일러, 열교환기 튜브 안쪽에 끼는 흰색 또는 회백색 층입니다. 딱딱하고 단단히 붙어 있습니다.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물에 덜 녹습니다. 그래서 열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면, 즉 열전달이 제일 중요한 자리에 집중적으로 낍니다. 성능이 떨어지는 지점과 스케일이 끼는 지점이 정확히 겹칩니다.

산에 잘 녹습니다. 화학세정이 가장 확실하게 듣는 대상입니다.

2. 황산염 스케일 (황산칼슘·황산바륨)

탄산염과 비슷하게 흰색이지만 훨씬 고약합니다. 산에 잘 안 녹습니다. 특히 황산바륨은 일반 산으로는 거의 손을 못 댑니다. 킬레이트제나 전용 용해제가 필요하고, 그래도 안 되면 기계적으로 깎아내야 합니다.

3. 실리카 계열

가장 어렵습니다. 유리와 같은 성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단하고 투명하거나 유백색이며, 일반 산으로 녹지 않습니다. 불화수소산 계열이 아니면 어렵고, 그건 취급 위험이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실리카가 확인되면 화학세정만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기계적 방법과 병행하는 쪽을 검토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4. 철산화물 (녹·마그네타이트)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입니다. 보일러 계통, 오래된 배관, 개방된 상태로 방치된 설비에서 나옵니다. 산에 녹지만 탄산염보다 시간이 걸리고, 녹으면서 용액 색이 진하게 변합니다.

이 변색이 오히려 유용합니다. 나중에 다룰 종말점 판정에서 용액 중 철 농도를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 유기 파울링 (유분·슬러지·미생물 막)

미끈거리고 냄새가 납니다. 냉각탑 계통, 폐수 설비, 정지된 배관에서 흔합니다.

이건 산이 아니라 알칼리 세정이나 계면활성제 쪽입니다. 산을 넣으면 오히려 굳거나 뭉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기물이 표면을 덮고 있으면 그 아래 무기 스케일에는 약품이 닿지 않습니다. 순서를 틀리면 산을 아무리 돌려도 반응이 안 납니다.

현장에서 정체를 가리는 방법

시료를 채취해 분석기관에 보내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만 그 전에 현장에서 걸러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색과 질감을 봅니다. 흰색·회백색으로 단단하면 탄산염이나 황산염, 붉은 갈색이나 검정이면 철산화물, 투명하고 유리처럼 단단하면 실리카, 미끈거리고 냄새가 나면 유기물입니다.

긁어내서 산에 담가봅니다. 가장 빠른 판별법입니다. 떼어낸 조각을 묽은 산(식초나 희석 염산)에 넣어 보면

  • 거품이 활발하게 나면서 녹는다 → 탄산염. 화학세정이 잘 듣습니다
  • 거품 없이 천천히 색만 변한다 → 철산화물 쪽
  • 아무 반응이 없다 → 황산염이나 실리카. 산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이 시험 하나로 "화학세정을 부를 일인지"가 상당 부분 갈립니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봅니다. 열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면에 집중돼 있으면 탄산염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속이 느린 구간, 데드 레그, 바닥 쪽에 쌓여 있으면 퇴적성이고 화학보다 물리적 제거가 빠릅니다.

운전 이력을 봅니다. 어떤 물을 썼는지가 답을 반쯤 줍니다. 지하수를 냉각수로 쓰면 경도 성분이 많아 탄산염이 끼고, 해수 계통이면 황산염이 나옵니다. 보충수를 자주 넣는 계통이면 스케일이 계속 축적됩니다.

두께를 재봅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두께에 따라 필요한 약품량과 순환 시간이 달라집니다. 두께를 모르면 견적이 정확할 수 없습니다.

성분이 섞여 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순수하게 한 가지만 붙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 층을 이룹니다.

바깥쪽에 유기 파울링, 그 아래 탄산염, 금속면 가까이 철산화물 —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화학세정은 보통 단계로 갑니다. 알칼리로 유기물을 걷어내고, 산으로 무기 스케일을 녹이고, 헹구고, 마지막에 부동태화로 금속면을 보호합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면 앞 단계가 남긴 것이 뒤 단계를 막습니다.

분석을 맡길 때 요청할 것

시료를 분석기관에 보낼 때는 성분 이름만 받지 말고 이것까지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 주성분과 함량비 (탄산염 몇 %, 실리카 몇 % 식으로)
  • 산 용해도 시험 결과 — 실제로 어떤 산에 얼마나 녹는지
  • 중금속 함유 여부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스케일에 중금속이 들어 있으면 세정 폐액의 처리 경로가 달라집니다. 이건 ⑤편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정리

화학세정에서 첫 번째 질문은 약품이 아니라 오염입니다.

  • 탄산염이면 산이 잘 듣습니다
  • 황산염·실리카면 산으로는 어렵고 다른 방법을 함께 봐야 합니다
  • 철산화물은 산에 녹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 유기물이 덮고 있으면 그것부터 걷어내야 아래가 열립니다

붙어 있는 것을 모른 채 "일단 산으로 돌려보자"고 시작하면, 안 녹는 스케일을 상대로 설비만 부식시키는 결과가 나옵니다. 시간과 약품값이 아니라 설비를 잃는 쪽이 훨씬 비쌉니다.


다음 편에서는 약품과 재질 궁합을 다룹니다. 어떤 오염에 어떤 약품을 쓰는지보다, 어떤 재질에 어떤 약품을 절대 쓰면 안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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