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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세정 이론 ⑥] '깨끗하게 해주세요'가 분쟁이 되는 이유 — WJ-1부터 WJ-4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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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세정 이론 ⑥] "깨끗하게 해주세요"가 분쟁이 되는 이유 — WJ-1부터 WJ-4까지

도장 전 표면 처리를 맡았다고 합시다. 발주처는 "깨끗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확인을 받으러 갑니다. 발주처가 말합니다. "여기 녹이 남아 있는데요."

우리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단단히 붙어 있는 거라 제거 대상이 아닙니다."

여기서 싸움이 시작됩니다. 양쪽 다 '깨끗함'을 다르게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급이 있습니다

워터젯 표면 처리에는 표준 등급이 있습니다. 두 갈래를 알아두면 됩니다.

미국 계열 — 부식방지학회(NACE)와 도장기술협회(SSPC)가 공동으로 만든 WJ-1 ~ WJ-4 4단계를 씁니다. 두 단체는 2021년 AMPP로 통합됐고, 현행 표준번호는 SSPC-SP WJ-14 / NACE WJ-14입니다. 이름이 길어도 발주서에서는 "WJ"와 등급 숫자만 먼저 확인하면 됩니다.

국제 계열ISO 8501-4의 Wa 1 / Wa 2 / Wa 2½ / Wa 3. 국내 조선·플랜트 발주서와, 도료의 사용 조건을 적은 기술자료인 TDS에서는 이쪽 표기가 더 흔합니다. 견적서를 받을 때 어느 체계로 쓰였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여기서는 WJ 등급으로 설명합니다.

WJ-1 — 바탕 금속을 완전히 드러내는 완전 소지 노출(Clean to Bare Substrate) 녹과 부식 생성물, 기존에 칠해진 페인트 막인 도막, 철강을 만들 때 표면에 생기는 단단한 산화층인 밀 스케일까지 전부 제거합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잔류물이 없어야 합니다.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래 걸립니다.

WJ-2 — 매우 철저한 세정(Very Thorough Cleaning) 눈에 보이는 오염을 거의 전부 제거하되, 표면 곳곳에 극소량의 잔류물이 흩어져 남는 것은 허용하는 등급입니다.

WJ-3 — 철저한 세정(Thorough Cleaning) 헐겁거나 두껍게 붙은 녹과 도막은 제거하지만, 표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얇은 막은 남겨도 되는 등급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입니다.

WJ-4 — 경세정(Light Cleaning) 헐거운 것만 떼어냅니다. 단단히 붙은 녹, 도막, 밀 스케일은 최대한 남깁니다. 부분 보수나 재도장 전 정리 작업에서 씁니다.

WJ-1에서 WJ-4로 갈수록 싸고 빠릅니다

WJ-1에서 WJ-4로 갈수록 제거 범위가 줄어 작업은 싸고 빨라집니다. WJ-1과 WJ-4는 같은 장비로 하는 전혀 다른 작업이고, 투입 시간이 몇 배 차이 납니다.

그런데 견적서에 "고압 세정 후 도장"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발주처는 WJ-1을 생각하고 우리는 WJ-3을 생각합니다. 금액은 WJ-3인데 검사는 WJ-1로 받습니다.

견적 단계에서 등급을 못 박는 것이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워터젯은 표면 조도를 만들지 못합니다

이게 견적 분쟁으로는 등급보다 더 큰 건입니다.

모래나 금속 입자 같은 연마재를 강재에 고속으로 쏘는 블라스팅은 표면에 미세한 요철을 만듭니다. 이 요철을 앵커 패턴이라고 하며, 새로 칠한 도료가 표면에 단단히 붙을 자리가 됩니다. 그런데 워터젯은 붙어 있는 오염을 떼어낼 뿐, 도료가 붙는 데 필요한 표면의 미세한 거칠기인 조도를 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표준 서문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그래서 워터젯 표면 처리는 원칙적으로 기존에 조도가 있는 면의 재도장에 씁니다. 조도가 없는 신규 강재에 도장하려면 별도의 조도 확보 수단이 필요합니다.

발주처가 "블라스팅 대신 워터젯으로 하면 안 되냐"고 물으면, 그 면에 기존 조도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플래시 러스트

워터젯 작업으로 젖은 강재가 마르는 동안 표면에 빠르게 생기는 얇은 녹을 플래시 러스트라고 합니다. 연마재 블라스팅에는 없는 현상입니다.

작업 실패가 아닙니다. 표준에도 없음 / 경(L) / 중(M) / 심(H) 4단계로 평가 방법이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표준은 녹 발생을 늦추는 약품인 부식억제제나 온습도 제어 같은 환경관리를 하지 않으면 플래시 러스트가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억제제를 쓰면 "없음" 등급도 가능합니다. 도료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도료사와 협의할 사항입니다.

문제는 이걸 모르는 발주처가 "세정했는데 왜 녹이 슬었냐"고 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전에 정해둬야 할 게 두 가지입니다.

  1. 허용 플래시 러스트 등급 —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가
  2. 세정 후 도장까지의 시간 — 방치 시간이 길수록 심해집니다

표준은 청정도와 플래시 러스트를 묶어서 표기하도록 예시를 듭니다.

SSPC-SP WJ-3 L — 철저 세정 + 경미한 플래시 러스트까지 허용

이 한 줄이 계약서에 있으면 대부분의 다툼이 정리됩니다.

견적·계약에 넣을 문구

실무적으로 다음 항목을 계약서나 견적서에 적어두면 대부분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청정도 등급: WJ-1 / WJ-2 / WJ-3 / WJ-4 중 명시 (또는 ISO 8501-4의 Wa 등급)
  • 허용 플래시 러스트: 없음 / L / M / H 중 명시
  • 세정~도장 허용 시간: 예를 들어 "세정 후 4시간 이내 도장" 같은 식
  • 기존 조도 유무와 조도 확보 방법: 신규 강재라면 별도 협의
  • 검사 방법과 입회자: 누가 언제 어떻게 확인하는가

"깨끗하게"는 계약 용어가 아닙니다. "SSPC-SP WJ-3 L"은 계약 용어입니다.

정리

같은 장비, 같은 작업자인데 어떤 현장은 클레임이 나고 어떤 현장은 안 납니다. 기술 차이가 아니라 합의된 기준이 있었느냐의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등급을 먼저 정하면, 그다음은 그냥 기술 문제입니다.


다음 편은 연재 마지막으로 안전을 다룹니다. 압력과 유량 조합이 사람이 들 수 있는 수준인지 계산으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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